대학 때 짝사랑한 여자를 이런 데서 만나다니... 별일 다 있네요

대학 때 짝사랑한 여자를 이런 데서 만나다니... 별일 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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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  <귤레귤레> 스틸 ⓒ ㈜인디스토리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산업의 역군으로 만리타향에서 수출에 열중하는 영업사원 '대식', 다행히 난항을 겪을 줄 알았던 계약은 쉽게 체결된다. 한시름 놓은 그는 얼른 귀국하학자금대출
려 하지만, 함께 온 팀장은 기왕 튀르키예까지 왔고, 주말이 끼어 있으니 3일쯤 한국에 계약 소식을 미루고 관광을 즐기자고 강권한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상사의 억지에 하급자로서 어쩔 수 없이 카파도키아 여행 일정을 예약하고 온갖 수발을 들어야 하는 처지다. '정화'는 이혼한 전 남편과 화해를 모색하는 여행을 왔다. 하지만 알코올 의리드코프
존증인 전 남편은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틈만 나면 술 마실 궁리에, 정화가 이혼을 결심하게 만든 불평불만을 숨 쉬듯 내뱉으며 아무리 제지해도 멈추지 않는다. 재결합의 혹시나 하는 기대로 출발한 여행이 불쾌지수만 턱 바로 아래까지 차오를 지경이다. 아무리 사정하고 화를 내 봐도 그녀가 오만정 다 떨어지게 만든 성격 불화는 개선의 기미가 없다. 드림큐 수이
문제는 하필 기분전환으로 예약한 한국인 관광객 패키지 여행 코스에 대식과 정화 일행이 한 팀이란 것이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실은 대학 시절 동기동창이자, 대식이 정화에게 연정을 고백했던 관계다. 물론 '공대 여신'처럼 자유분방하게 살며 뭇 남학생들의 적지 않은 마음을 샀던 정화에겐 추억의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대식에겐 대학 생활에서 지유료백신 개인용 가격?
울 수 없는 상처이자 후유증이다. 전 남편과 함께 온 정화도 반갑게 인사하긴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 매한가지. 그러나 그런 사정을 알 길 없는 일행은 무례한 직장 상사와 전 남편의 만행 덕에 두 사람 각자가 숨기고 싶던 속사정이 까발려지고 만다. 이미 참고 넘기려던 여행 계획은 파탄이 난 지 오래, 과연 기구한 인카드연체 기간
연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머나먼 튀르키예 시골에서 그들 인연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인가? 아니면 아주 고약한 악연으로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까? 해외에 나가면 더 잘 보이는 현대 한국인의 초상 <귤레귤레>는 어느새 독립영화라 해도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게 마련인 실정에서 최소 규모로 소박하고 작은 영화를 지향해잔액기준
온 고봉수 감독의 작품으로는 아마 역대 최대 규모와 예산을 기록한 작업이 될 테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영화가 전 분량을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해서다. 모든 영화 속 상황은 튀르키예의 관광 명소 지역인 카파도키아에서 벌어진다. 감독과 스태프, 배우 모두 해외 체류는 물론, 현지 스태프와 배우들까지 기용해가며 제도와 풍속이 다른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개인파산자격조건
만만할 수 없는 도전이다. 그렇다고 이전 작업들과 달리 파격적인 큰 이야기를 전개하려는 변화는 아니다. 배경을 먼 외국으로 옮겼을 뿐, '고봉수 유니버스'의 전매특허, 얼핏 비루해 보일 정도로 사소하되 절대로 평화롭고 순탄하진 않은 소시민의 사연이 '웃픈' 분위기로 흘러간다. 시시해 보이지만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화면 속 영화와 관객이 공인인증서즉시대출
분리되지 않고 물아일체 동화되듯 내 주변 이야기처럼 듣고 보이기 시작한다. 요즘 계절에 입에 착착 붙는 '평양냉면'의 마력 같은 영화세계다. 굳이 스타일 변경할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돈과 품을 들여가며 멀리 외국으로 감독은 사람들 다 데리고 떠난 걸까? 처음엔 잘 수긍이 가지 않았다. 요즘 같은 영화계 빙하기에 어디서 눈 먼 투자가 굴러들회생절차폐지결정
어왔을 리도 없는데, 설령 그렇다 해도 감독의 창작 방식과 별로 어울리지 않을 텐데 하는 우려도 살짝 생겼다. 변죽을 울리는 것 같은 관광지 풍경은 사만한 군상 극처럼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의도가 짐작되기 시작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대식과 그의 갑질 상사 '원창', 정화와 못 말리는 전 농협중앙회서민전세자금대출
남편 '병선'이다. 이들 4명에 가족여행 차 동참한 유튜버 엄마와 두 딸, 현지 가이드 '이스마일'이 짧은 여정 내내 함께 부대낀다. 대식과 정화의 우연한 재회와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의 앙금을 풀려는 과정에서 '빌런' 방해꾼 노릇을 도맡을 원창과 병선의 악역 연기가 두 주인공을 괴롭히는 건 당연한 고정이지만, '고봉수 유니버스'에는 상업영화가 당연한 법칙인 양 남발하는 단순화된 악역은 출현하지 않는다. 물론 둘은 영화 내내 온갖 진상과 만행의 중심에 있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거지는 관객 각자에게 '나도 혹시 밖에서 저러고 다닐까' 싶을 만큼 사실적이고 평범한 짓이다. 내가 갑의 위치에 있다면? 내 사정이 너무 절박해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이들이 원창과 병선을 똑같이 따르진 않더라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법하다. '아전인수'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 만화경 천태만상들, 종종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해외에 나간 한국 관광객들의 기상천외한 만행이 영화 내내 튀르키예 현지에서 종횡무진 전개된다. 재치 있는 장치가 여기에서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과 동행한 가족 유튜버가 실시간 중계하는 휴대전화 액정 화면 효과다. 통상적인 영화 화면이 2X2 주요 등장인물이 뒤엉킨 난장판을 비출 때는 SNS 동영상 보듯 전환된다. 마치 제작진의 설정과 의도대로 관객은 그저 영화 속 관광 가이드 안내에 따르듯 구경하던 태도 대신 능동적으로 실시간 반응하도록 이끌려는 듯하다. 처음엔 남들 다투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같은 동포끼리 너무하네 싶던 시선은 곧 작가의 의도를 추리하며 어떤 기대효과를 발휘할지 흥미진진한 관찰 대상으로 변환한다. 튀르키예의 놀라운 풍광은 그저 거들 뿐. 누구나 한 번쯤 꿈꿀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  <귤레귤레> 스틸 ⓒ ㈜인디스토리 ▲  <귤레귤레> 스틸 ⓒ ㈜인디스토리 이국 배경을 십분 활용한 낯설음, 그런 환경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노출되는 개인의 본성을 현미경처럼 관찰하게 만드는 변주를 선보이지만, 감독의 진가는 언뜻 찌질하게 보일 지경인 인물들의 평범한 소시민 속성과 그 과정의 부대낌을 가감 없이 전하려는 소박한 진정성에 있다. 카파도키아의 매력 넘치는 배경과 개성 있는 주변 캐릭터를 통해 조성한 기반 위에서 대식과 정화는 어쩌면 인생에 다시는 올 리 없는, 두 번째 기회를 얻는 행운을 누린다. 반복되는 대도시의 일상에선 얻을 수 없는 기적인 셈이다.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은 몇 마디 대사로만 설명된다. 상투적인 과거 회상 플래시백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은 온전히 상상으로만 그들의 과거 행적을 유추해야 한다. 그 추론은 난해하지 않다. 누가 봐도 세상 풍파에 좀 지치고 닳긴 했겠지만, 둘은 과거와 별로 변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평면적이라기보단, 우직하게 개성을 지키려 애쓰는 인물형이라 보면 되겠다. 대식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이지만, 늘 주변 형편이 발목을 잡았던 불운한 삶을 살았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사장 인척인 팀장에게 사적인 수발까지 들어야 하지만, 그는 직장을 지켜야만 할 이유가 있다. 꿈을 포기한 채 의무를 다하는 인고의 삶은 그를 그저 주변부 캐릭터로, 말수 적고 사교성 없는, 그저 허우대만 멀쩡한 존재로 규정하고 만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국 사회는 개인의 진가를 차분히 들여다보며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 정화는 자기주장 강하고 당찬 독립적 여성이었다. 첫인상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그녀에겐 대식의 학창시절 어설픈 고백은 아마 연례행사처럼 흔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땅히 거절하는 것도 늘 하던 것처럼 익숙하게 처리하고 금방 잊어먹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그녀가 정나미 떨어진 전 남편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절규하며 내뱉던 것처럼, 대식이 소극적으로 항변하던 그대로 '때린 놈은 기억하지 못하는 법'이다. 기구한 운명의 장난인지, 각자에게 하필 인생 최악의 악몽 같은 순간에 그것도 머나먼 카파도키아에서 둘은 오랜 앙금을 털어낼 마법 같은 기회를 얻는다. 대식이 일행의 강권으로 위기를 겪었던 오래된 유적 동굴 탐험 과정에서, 수천 년 전 그곳에 숨어 살던 이들의 간절한 염원의 기운을 얻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관광지 풍경으로만 배경이 활용된 게 아니라, 가이드 이스마일이 나름대로 열심히 해설하던 역사적 유래나, 둘의 재회를 점지한 친절한 현지 상인의 배려 같은 극적 효과가 한몫 단단히 거들기도 한다. '고봉수 유니버스'의 본색을 간직한 확장판 그렇게 두 사람은 위태로운 재회를 갖게 된다. 상사와 전 남편 눈치를 보느라 서로 내색하지 못하던 시간이 영화의 과반 넘게 점유하기에, 관객은 대체 둘이 언제 정체를 드러낼지 초조하다 못해 시계를 확인할 지경이 된다. 이제 둘이 숨겼던 내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관심사는 두 '빌런'이 어떻게 그들 사이를 훼방 놓을지로 옮겨갈 테다. 하지만 '고봉수 유니버스'의 백미라면, 뻔하게 전개될 것 같으면서도 살짝씩 비틀어 관객의 통속적 선입견을 파훼하는 묘미다. 아마 첫 번째 고백 전후로 두 사람이 겪었을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의 거울 반사처럼 일어나는 카파도키아에서의 어떤 밤은 마치 감독 vs. 관객의 술래잡기 놀이처럼 숨 막히는 긴장감과 몰입으로 진행된다. 억지 스펙터클 스릴러가 아니라 그저 추리 게임처럼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흥미로운 반전에 즐거운 당혹감이 밀려든다. 이건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무심하게만 보면 고봉수 감독의 영화는 너무나 심심하다. 독립영화 하면 떠올릴 극단적인 현실의 이면 묘사도, 사회문제 폭로의 파격도 없어 당황할 정도다. 하지만 찬찬히 보고 있자면 중독성 강한 재료에 의지하지 않고, '작은 이야기'의 정공법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며 '감당할 수 있는' 작업에 매진하는 독립영화인과 동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영화가 해외 로케이션을 그저 배경으로 낭비하곤 한다. 반면에 로드무비의 진가가 일상에선 얻지 못하는 색다른 감각, 삶을 뒤흔드는 파격이란 점에서 이 신작은 그 정수에 닿아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들의 여행은 돈만 쓰고 지루한 일상 답습한 게 아닌, 멀리 떠난 곳에서 오욕칠정 정화하고, 정화된 마음으로 새로운 미래를 도모하게 해줄 게 분명하니 말이다. 제목처럼, 튀르키예 여행은 그들에게 다정하게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건네며 훗날을 기약한다. ▲  <귤레귤레> 포스터 ⓒ ㈜인디스토리 [작품정보] 귤레귤레Güle-Güle2025｜한국｜짠내물씬 바이바이 로맨스2025.06.11. 개봉｜108분｜15세 관람가감독 고봉수각본 고봉수, 이주예출연 이희준, 서예화, 신민재, 정춘 외제작 ㈜필름초이스배급 ㈜인디스토리